처음 가 본 응급실
남편이 계단에서 넘어졌다.
윗층에서 뭔가가 던져진 듯한 소리가 났다.
사람이 감이라는 게 있는 것 맞다.
담배 피우러 나간 남편,
혹시? 하는 생각이 들어
현관문을 열고 불러보니
약간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현관문도 열어놓은 채 뛰어내려 가 보니
2층앞에 대자로 넘어져 있는 게 아닌가.
일으키려고 하니 머리에서 피가 나와 흘러 있다.
뛰어 들어가 핸드폰을 들고나와
119에 전화를 했다.
계단에서 넘어져서 머리에 피가 나고 있으니
빨리 와 달라고...
정신이 있는지 묻길래
불러보니 대답을 한다.
주소를 확인하고
구급차가 가고 있으니
전화를 잘 받으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중에 전화한 시간을 보니
정확히 밤11시다.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확인을 하지 못했다.
기다리면서 머리를 모자위로 올렸다.
가서 현관문도 닫았다.
왜이리 안오나 맘 졸일 때
구급차가 왔다.
운전수와 젊은 구급대원 2명이 왔다.
앉혀서 의식이 있는지
다른 곳은 다친데가 있는지 확인하고
거어즈와 붕대로 응급처치를 하고
목보호대도 했다.
모자달린 운동복은 벗겨버리고
속옷바람으로 부축해서
구급차로 데리고 갔다.
날씨가 따뜻해서 다행이었다.
병원 갔다오면 피묻은 거어즈랑
계단에 흘린 피도 치우라고 하면서...
옷을 챙겨올거냐고 했더니
빨리 옷만 챙겨가지고 나오라 해서
종이백에 셔츠랑 잠바를 챙겨가지고
구급차에 같이 탔다.
서을삼성병원 응급실로 갈건데
괜찮냐하길래
가까운 경찰병원 가면 안되냐했더니
CT도 찍고 다른 검사도 해야할 것 같은데
경찰병원엔 없을 수도 있다해서
그럼 그냥 삼성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평소에 다니는 병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가자는 대로 가는게 빠를 것 같아서...
남편은 구급차 속에서도
내가 이런일을 당할 줄 몰랐다느니
아침에 츨근하다가 영업용 택시가
뒤를 박아서 떨어졌는데
자전거가 차에 끼여 빠지지지도 않았다느니
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했다.
의식을 잃지 않고 정신을 차리고 있으니 다행이었다.
구급차로 가면서
사건이 일어난 상황에 대해서 상세히 묻고
노트에 기록을 하였다.
11시30분쯤 삼성병원에 도착했다.
구급대원이 접수를 해놓고
구급차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대기를 하고 있는 구급차들이 꽤나 있었다.
응급실에 가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고 하더니...
한참을 기다려 이름을 불러휠체어에 타고
들어갔더니 응급실 배정하는데
또 기다린다.
의식이 없거나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우선이란다.
그래야 하겠지...
겨우 응급실 의자 배정을 받고 나니
구급대원 할 일은 끝났는지
간다고 했다.
내가 전에 듣기로는
119부르면 대원들한테
돈을 얼마를 줘야한다고 하더니
아닌 모양이었다.
고맙다고 인사만 했다.
참 친절한 사람들이다.
응급실에서 초진까지
시간이 2~3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한다.
감은 붕대 밖으로 피가 흘러 나오고 있는데
간호사는 의사가 배정되지 않으면
자기들은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다고 했다.
기다리다가 남편은 상황도 모르고
죽는건 하늘에 달렸다면서
자꾸 집에 가서 자고 싶다고
집에 간다고 보챈다.
20~30분을 기다리곤
아예 가겠다고 종이백까지 챙긴다.
바로 옆이 간호사들이 있는 곳이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냐고
자꾸 집에 가겠다고 한다고 했더니
이름을 묻고는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니까 저 안쪽에 앉아있던 의사분이
이름을 묻고는 자기가 지금 봐 주겠다고
처치실로 가라고 했다.
CT 찍고 나면 꿰매는 것까지 해 주겠다고..
처치실에서 간호사에게
CT찍을 수 있게 상처부위 씻고 소독을 해달라고 하니
간호사가 붕대를 풀고 응겨붙은 피를 씻어낸다.
상처부위가 5~6cm 정도나 되었다.
한참을 걸려 씻고
기다렸다가 CT 찍고
결과 나올때 까지 기다리는데
그 시간을 못 기다리고
또 가겠단다.
겨우겨우 달래서
치료를 하는데
요즈음은 머리부위는 스테플러로
찍는다고 했다.
머리카락도 안 잘라도 된다고는 하는데
벌어진 상처부위로 자꾸 들어가려고 해서
그 부위 근처에 있는 머리카락만 잘랐다.
CT촬영 결과는 본인이 봐도 괜찮은 것 같은데
영상의학과에 의뢰해서 나온 결과도 괜찮은 걸로
나왔다고 했다.
집에서 상처부위 소독하는 것도
잘 가르쳐줬다.
1주일쯤 지나서
근처 정형외과에 가서
잘 아물고 있는지 확인 한번 하고
2주일 지나면 근처 병원에서
스테플러 침을 빼면 된다고 했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고
노랗게 물들인 응급실 여의사선생님
참 친절하시고 유쾌하시다.
바빠죽겠는데 주말에
엄마가 선보라해서 간다고 했는데
잘 되었으면 좋겠다.
항생제 약 처방받고 약국에
들러서 택시타고
집에 도착하니 새벽3시였다.
사고나고 4시간 걸렸네.
남편이 집에 간다고 보챈 덕에
빨리 끝내고 온 셈이다.
처음 겪은 일이라
너무 놀랐지만
구급대원들도
의사선생님도
간호사님들도
참 친절했다.
그 한밤중에도 수고하고 애쓰는 분들이다.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참 따뜻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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