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발간된 윌리엄 골딩의 첫 소설인 파리대왕은 198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태평양의 무인도에 불시착한 여객기에서 살아난 어린이들의 생존이야기, 어둠의 힘이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움직이는지를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이야기 전개
핵전쟁이 벌어져 어느 곳에서는 원자폭탄이 터지고 하는 위험한 때에 영국 소년들을 안전한 곳으로 수송하기 위해 비행기로 이동하다가 적군의 요격을 받아 추락하는 가운데 비상탈출하여 태평양상의 무인도에 불시착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만 다섯 살에서 열두 살의 남자아이들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에는 열두 살의 랠프를 지도자로 해서 살기 위한 방법들을 제법 그럴듯하게 생각해 낸다. 구조를 받기 위해 산꼭대기에서 봉화도 올리고 불관리 책임자도 정한다.
그렇지만 어린아이들과 안전을 위해 집을 먼저 만들자는 랠프 쪽과 사냥을 하자는 잭이 맞서게 된다. 멧돼지를 잡아 잔치를 벌이게 되는 잭의 세력이 커져 사사건건 랠프와 대립하면서 랠프를 중심으로 하는 체계가 무너진다.
고기맛에 끌려 대부분의 소년들이 사냥꾼이 된다. 점점 자기들의 행동에 취한 사냥패 아이들은 자기편이 아닌 랠프 편 아이들을 적대시하고 아주 없애버릴 계획까지 세운다. 랠프와 항상 함께했던 근시 소년 돼지는 자기 안경을 찾으려고 랠프와 같이 갔다가 로저가 굴린 바위에 치어 죽게 된다.
랠프는 자기를 잡으려고 수색에 나선 사냥패들을 피해 도망을 친다.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바닷가로 나갔을 때 연기를 보고 섬에 들른 영국 해군 장교의 구조를 받고 목청을 높여 운다.
어둠의 힘
처음에는 아이들이 자기들을 섬에 남기고 사라진 비행기가 틀림없이 돌아올것이라 믿는다. 자기들을 구조하러 왔을 때 조종사가 자기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불을 피우기로 했다.
또, 커다란 소라를 주워 그걸 불어 거기에 같이 떨어진 아이들을 모으고 통제하기로 한다. 자기들 스스로가 자신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소라를 들고 있던 랠프가 대장으로 선출되었고 다들 대체적으로 말을 잘 듣는 편이었다.
아마 처음 생각한 것처럼 빠를 시간 내에 구조가 되었더라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성가대를 했다는 잭도 대장이 되고 싶어 했지만 불 관리도 자청해서 하기도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봉화가 효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불관리에 소홀해지고 사냥을 하기를 원한다.
짐승 때문에 극도의 공포에 휩싸이게 된 아이들은 점점 이성을 잃어간다. 구조받아야 한다는 생각도 잃어버리고 사냥을 하는 집단 속에서 그 행위에 취해 야만인이 되어 사냥을 자축하는 피의제전을 벌인다. 그 와중에 두려워하는 그 짐승이 사실을 시체였다는 것을 알리려는 사이먼을 짐승이라 착각하여 죽이게 된다.
몇몇은 그 사실을 알아챘지만 덮어버리려고 한다. 두려움 속에서 사실을 외면하면서 그 행동은 점점 더 심해지게 되고 나중에는 자신들이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도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이 어둠의 힘인 것이다.
인간의 내면
잘 생기고 단단체한 체격의 소년인 랠프는 꼬마들의 주거와 먹거리를 걱정하는 따뜻함과 구조의 필요성을 제대로 안다. 사이먼의 죽음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 양심도 갖춘 타고난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잭의 저항에 대처할 냉혹함이나 현명함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잭는 검은 제복을 입고 있고 늘 그림자나 어둠과 연결되어있다. 신체적 다부짐, 권력지향적이며 꼬마들에 대한 동정심 같은 것은 없는 어둠의 인물이다. 사이먼은 섬에서의 공포는 소년들의 내부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려 한다.
이 책 제목 파리대왕은 악마를 뜻한다. 희랍어인 베엘제부브는 파리의 왕을 뜻한다. 파리라는 생물이 악령 그 자체이거나 악령을 옮기는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썩은 고기나 쓰레기에 떼 지어 몰려드는 파리떼를 보고는 정말 불길하고 더러운 존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게다가 파리는 시체의 유골에서 태어난다. 어쩌면 인간이 신이 원래 만들어 놓은 인간성을 잃으면 시체와 같이 파리떼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우리는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그 지도자의 양심이나 사고나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을 선동해서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리고는 잘못했다는 생각조차 안 하는 것이다.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으면 생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자기들의 행동에 대한 인식을 못한다. 랠프와 잭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것들은 우리가 현대사회 속에서 겪고 있는 일들이며, 국가 간의 세력다툼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인 것이다.
파리대왕이라는 두려움의 대상인 짐승을 매개체로 소년들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전개한다. 외부 상황에 따라서 우리 가운데 어둠의 힘이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지 우리는 우리 내면의 두려움을 외부에서 어떤 식으로 풀고자 하는지를 보면서 현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의 연관성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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